"그나저나 놀랍군. 세가와 군이 백정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저도 참으로 놀랐답니다."
"그 용모를 보게나. 피부도 그렇고 골격도 그렇고, 딱히 천민다운 점이 느껴지지 않잖아."
"그러니 세상 사람들도 속았겠지요."
"그런가. 알 수가 없군. 얼핏 보기에는 아무래도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용모만큼 사람을 속이는 것은 없지요. 그럼 성격은 어떨까요?"
"성격도 그렇게 판단할 수는 없지."
"그러면, 혹시 그 사람의 언행이 교장 선생님 눈에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았습니까? 세가와 우시마쓰라는 사람을 잘 주의해서 봐보세요. 사물을 응시하는 그의 의심 많은 눈초리 같은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하, 의심이 많다고 그것이 백정이란 증거가 될 수는 없지."
"들어보세요. 며칠 전까지 세가와 군은 다카조 마을에서 하숙을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 하숙에서 백정 부자가 쫓겨나자 갑자기 렌게 사로 옮겨버렸어요.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 생각은 나도 하고 있었네만."
"이노코 렌타로와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그런 병적인 사상가가 아니어도 읽을 만한 사람이 얼마든지 있지 않습니까? 그런 백정이 쓴 저서만 별나게 좋아할 건 없잖아요. 그 선생에 대한 세가와 군의 태도는 보통 애독자와 조금 다르지 않습니까?"
"그래."
- 시마자키 도손(노영희 옮김), 파계, 문학동네, 2010, 2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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