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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대포

주로 진보신당 칼라TV를 통해 촛불집회를 간접참여하곤 했다. 6월 1일에 처음 사용되고, 최근에 다시 전면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물대포는 항상 '경외'의 대상이었다. 어떻게 저걸 사람한테 쏠 생각을 하지? 그들의 심성은 경이롭게도 '경외'적이다. 다시 말하면,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잊게 만드는...

우리가 상상하는 물과 그것을 발사하는 것의 결합체는 대개 아름답거나 잔잔한 광경들이다. 가령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한석규가 가게 안의 심은하를 응시하며 가게 유리창에 호스로 물을 뿌리는 장면이라든지, 봄철에 주로 볼 수 있는 빌딩 유리외벽을 청소하는 물 줄기라든지 하는 것 말이다. 그런 물은 잔잔히 뿌려진다. 현실 속에서 조금 세게 뿌려지는 물이란 어떤 지저분한 것들을 '쓸어버릴 때' 사용된다. 홍수 뒤에 남아있는 진흙 바닥을 쓸어낸다든지, 꽤 센 수압으로 작은 도로 위의 쓰레기들을 쓸어내린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저들은 겨우 비옷밖에 입고 있지 않은 우리를 쓸어버리려고 한다. 우리는 쓸어내려가야할 '지저분한 것'이거나 '더러운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거센 물대포로도 흔들림이 없다. 다만 물에 흠뻑 젖으면 집에 돌아가는 길이 좀더 무겁다.

수공전은... 글쎄 누군진 모르겠지만 그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사람은 제갈량이 현신한 것이 아닐는지. 말이 필요없는 6월 28일의 하이라이트였다.


2. 폭력

월요일, 그러니까 오늘자 신문은 만평을 통해 이명박 정권이 5공과 아무런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조폭식 마인드가 그 공통점의 핵인데, 저항하고 반항하는 무리들이 닥치지 않으면 닥칠 때까지 몽둥이로 패라는 것이다. 미친 개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했는데, 그들은 그것을 거꾸로 적용하고 있다. 우리는 미치지 않았고, 허구헌 날 대국민 담화나 발표하고 경찰력 동원해서 무력 진압하는 쪽이 미친 게 틀림없다.

토요일 자정이 지나고 곧 벌어진 틈새를 이용해 전경 수십 명이 밀어닥쳤다. 그들의 첫 걸음은 위세당당했지만 곧바로 쪽수에 밀려 시민들에게 둘러쌓였다. 제 아무리 전경이라해도 총이 없다면 그 순간을 모면할 수 없다. 약간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고,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시민들이 '반격'했기 때문이다. 이 '반격'은 곧 불법집회-촛불집회의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될 것이고, 월요일자 조중동의 1면을 장식할 수밖에 없는 아이템이 될 것이었다. 그들의 방법은 악랄하지만, 단순하다.

우리의 현대사는 87년 이후로 폭력의 제거를 위한 공동의 노력이었다. 노태우 정부에서도 특히 90년 3당 합당 이후 연쇄적으로 파업과 집회가 이어졌고 91년에는 강경대와 김귀정 등이 백골단 등의 폭력진압에 사망하기도 했다. YS 때에도 연세대 사건 등 여러 폭력적인 집회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87년 이후의 간헐적인 폭력은 보수 언론과 (당시) 여당의 뭇매를 맞고 곧바로 사그라들었지만, 공권력에 의한 폭력은 애석하게도 계속되었다. 비록 오늘날과 같은 '대규모'의 폭력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지만, 지난 20여년간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삶의 양식에 저항하여 끊임없이 들고 일어났던 우리들을 그들은 지속적으로 진압해왔다.

그러니까 87년 이후로 우리가 합의한 것은, 이제는 대규모의 폭력을 없애자는 것이었고, 특히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폭력은 영원히 기억 속에서 지우자는 것이었다. 2mb는 그러한 우리의 의식을 단 3개월만에 깡그리 짓밟고 유모차에 소화기를 분사한다든지, 팔짱끼고 누워있는 시민단체의 활동가를 밟고 짓이긴다든지 하는 짓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 이러한 의식과 행동을 일컬어 '미쳤다'라는 말을 쓴다.

그래, 미친 정부. 'violence'가 '소통'이란 단어의 숨은 뜻이란 걸 역사상 처음으로 발견하신 우리의 위대한 2mb여.


3. 닛뽀니아 닛뽄

시청앞의 대치 상황은 종각 부근으로 시위대를 이동시키게 만들었고, 종로구청 근처 뤼미에르 빌딩 앞 도로에서 다시 대치 상황이 계속되었다. 기억하기로 1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던 것 같은데, 이때부턴 그리 심각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물론 일촉즉발의 여건은 갖추고 있었지만.

난 잠깐 숨을 돌릴 수 있었고, 쿵쾅거리는 심장을 조금 진정시킬 수 있었다. 경찰이 곤봉과 방패를 앞세우고 시민들을 내리찍는 모습을 눈앞 5미터 거리에서 확인하는 일은 그리 즐거운 경험이 아니다. 또 대열에서 이탈된 전경들을 둘러싸고 시민들이 겁박하는 모습 역시 그리 유쾌한 모습이 아니다. 앰뷸런스가 여러 대 도착하여 부상자를 실어나르고, 폭력 진압이 재개될 것이라는 공지가 방송되는 것도 그리 추천할만한 기억은 아니다.

종로에서의 대치는 뭐랄까, 약간 축제 분위기였고 경찰 쪽에서도 더이상의 '확전'을 원치 않는 것 같아 보였다. 대신 일요일은 낮부터 미쳐 날뛰었지만.

난 새벽 3시 반쯤 종로 롯데리아에 들어가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우석훈이 추천한 일본 소설 <닛뽀니아 닛뽄>을 읽기 시작했다. 마음이 평안해졌다. 소설은 재밌었고, 언젠가 한번 쓰고 싶었던 '은둔형 외톨이'에 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국가의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움을 가지고 있어서 좋았다. 소설 단평은 나중에.


한줄 단평으로 끝내자면, 일단, 이 말도 드럽게 안 들어 쳐먹는 정부를 끝내버리고 싶다.


관련글 보기:
2008/06/15 - [오웰리언/정치적인 것] - 촛불문화제 간단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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