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믿을 수 없는 이야기. 2003년 겨울 개봉된 <여섯 개의 시선>에 실린 박찬욱 감독의 단편. "한국말이 서툰 한 네팔 여성 노동자가 행려병자로 취급되어 무려 6년4개월 동안 정신병원에 갇혀 있었던 실화를 다룬"(밑의 칼럼에서 인용) 이 작품은, 흡입력이 보통 강한 게 아니다. 논픽션(흑백)-픽션(흑백)-논픽션(컬러)로 구성된 이 영화는 '타자'의 관점에서 '우리들'을 바라본다. 때로는 서툰 우리말로 때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네팔어로 저항하는 찬드라의 시선은 곧 관객의 시선이 되고, 관객은 곧 '우리들'이기 때문에 혼란스러움을 겪게 된다. 영화는 한 이주노동자의 '곤란' 보다는 우리 사회의 '병폐'에 집중한다. 엔딩 씬에 등장하는 네팔 사람들과 찬드라 본인의 모습도 결국엔, 우리의 부끄러움을 뒤돌아 보게 만든다. 수줍은 듯 고통스러운 얼굴로 '우리들'의 잘못을 말해요, 찬드라.
그리고 너무나 미안해요, 찬드라.
박찬욱 감독의 단편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는 한국말이 서툰 한 네팔 여성 노동자가 행려병자로 취급되어 무려 6년4개월 동안 정신병원에 갇혀 있었던 실화를 다룬 영화다. 한국말이 서툰 찬드라는 분식점에서 먹은 라면 값을 치르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시키지 못해서 경찰서에서 정신병원으로 인계되었다.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던 당시, 나는 이런 황당하고 무자비한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한편으로 놀랍고 또 한편으로는 부끄러웠다. 그러한 감정들은 이내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그러한 인권침해를 가능케 한 조건이 지극히 평범한 우리들의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그녀에 대해 증언하는 평범한 사람들은 이 사건의 공범으로 등장한다. 어느 누구도 한국인과 흡사한 외모의 그녀가 외국인일 수도 있다고 짐작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병원 관련자들 중에서는 자신이 네팔 사람이라는 그녀의 주장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생겼지만 누구도 그녀의 신원을 적극적으로 확인해 보지 않았다. 동료 네팔 노동자들의 실종신고는 한국 관료들에 의해 간단히 무시되었다. 찬드라에게 가해진 인권침해는 이러한 총체적 상황의 합작품이었다. 그 일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상상력의 결핍이 만들어낸 사건이었다. 어느 누구도 우리와 닮은 외모를 한 그녀가 우리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또한 그것은 한국 사회에 내면화하고 있는 위계적 언어관의 결과이기도 했다. 그녀가 '좀 모자라는 사람', 어린애 취급을 당한 건 단지 한국말이 서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를 대한 사람들은 그녀가 구사하는 네팔어를, '우리보다 못한 나라'인 네팔어를 우리말과 동등한 위상을 가진 한 나라의 언어라고 생각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네팔어를 사용하는 그녀를 우리와 동등한 인간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 권수현(한국여성민우회 편집위원), 한겨레, 2007년 10월 23일. (강조는 내 맘대로)
영화 속에서 그녀에 대해 증언하는 평범한 사람들은 이 사건의 공범으로 등장한다. 어느 누구도 한국인과 흡사한 외모의 그녀가 외국인일 수도 있다고 짐작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병원 관련자들 중에서는 자신이 네팔 사람이라는 그녀의 주장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생겼지만 누구도 그녀의 신원을 적극적으로 확인해 보지 않았다. 동료 네팔 노동자들의 실종신고는 한국 관료들에 의해 간단히 무시되었다. 찬드라에게 가해진 인권침해는 이러한 총체적 상황의 합작품이었다. 그 일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상상력의 결핍이 만들어낸 사건이었다. 어느 누구도 우리와 닮은 외모를 한 그녀가 우리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또한 그것은 한국 사회에 내면화하고 있는 위계적 언어관의 결과이기도 했다. 그녀가 '좀 모자라는 사람', 어린애 취급을 당한 건 단지 한국말이 서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를 대한 사람들은 그녀가 구사하는 네팔어를, '우리보다 못한 나라'인 네팔어를 우리말과 동등한 위상을 가진 한 나라의 언어라고 생각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네팔어를 사용하는 그녀를 우리와 동등한 인간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 권수현(한국여성민우회 편집위원), 한겨레, 2007년 10월 23일. (강조는 내 맘대로)
국가인권위원회의 다섯 번째 프로젝트인 <별별 이야기2-여섯 빛깔 무지개>가 4월 17일 개봉했다. 오늘 현재, 씨너스 일부 극장에서만 상영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괜찮은 기사가 있어 링크)
덧- <여섯 개의 시선>은 소장 중인데, <다섯 개의 시선>과 <세번째 시선> 그리고 <별별 이야기>는 사려고 찾아봤더니 다 품절이거나 재고가 없다. 이거 어디서 구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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